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지난 2월 말 창원지방법원 영장실질심사 법정에서 17세 정미(가명)가 심문을 기다리고 있었다. 절도 사건으로 붙잡혀온 정미는 공갈·절도 등 10여 건의 비행 전력이 있었다. 갈 곳조차 없는데다 임신까지 한 정미는 소년원 대신 여자청소년 지원시설인 로뎀의 집으로 위탁됐다.

창원지법 천종호(46·사진) 판사는 법정에서 본 정미의 눈빛이 머릿속에서 지워지지 않았다고 했다. 태아와 살아남으려고 거리를 전전하면서 절도 행각을 벌인 정미의 눈빛은 매섭고 사나웠다. 천 판사는 로뎀의 집으로 정미에게 배냇저고리를 선물로 보냈다. 조정혜 관장에게서 배냇저고리의 의미를 설명들은 정미는 북받치는 울음을 참지 못하고 엉엉 울었다고 한다.

지난해 2월 창원지법에 부임한 천 판사는 소년사건과 영장사건을 전담하고 있다. 천 판사가 최근 1년 동안 보호소년에 대한 처우를 결정할 때 '청소년회복센터'(일명 쉼터)를 활용하면서 겪은 아이들의 변화를 담은 사례집을 내놨다. '보이지 않는 손'에 이끌려 소년부를 맡은 것 같다는 천 판사는 사례집에 소년사건에 대한 애착을 담았다.

천 판사는 "소년보호사건을 처리하다보니 70%이상이 한부모·저소득층 가정이었고, 재비행률도 높았다"고 했다. 천 판사는 "가정으로 돌려보내기 어려운 초기 비행 단계의 아이들을 소년원으로 보낼 게 아니라 부모와 가족을 대신해 보호해줄 장치가 필요했다"고 했다. 이처럼 가정과 공동체 생활을 통한 치유 장치가 바로 '대안 가정'이었다.

천 판사는 신병인수 자원보호자 제도를 적극 활용했다. 소년법에는 20세 미만 범죄 소년에 대해 소년자원보호자 위탁·소년원 송치 등 10가지 보호처분을 할 수 있는데, 이 중 1호 소년자원보호자와 6호 소년보호시설 처분은 신병인수자원보호자에게 감호를 위탁하고 있다.

창원지법 관내는 보호소년들을 돌보는 기존 쉼터 3곳(하라·마야·통영한울타리)에 천 판사가 부임하면서 이레·샬롬·자운영·로뎀의집 등 4개가 늘어 모두 7곳의 쉼터가 있다. 이 가운데 하라·마야·로뎀의 집을 제외한 나머지는 행정부의 도움을 전혀 받지 않고, 법원과 자원봉사자 후원금 등으로 유지되고 있다.

천 판사는 22일 "비행청소년들은 학업을 중도 포기한 경우가 대부분인데 이들이 자립하는 데 가장 필요한 것은 고졸 학력과 직업 교육"이라고 꼽았다. 하지만 쉼터는 인적·물적 시설 부족으로 대안학교 지정을 받기 어려워 현재 7곳 중 로뎀의 집만 미혼모 대안학교를 운영하고 있다. 3월 19일 문을 연 부산국제금융고 창원분교가 2년 과정으로 수업하는데 수업 강도가 높지 않아 이들에게 인기가 많다. 천 판사는 "직업교육은 도내 기업을 운영하는 분들과 네트워크만 이뤄진다면 무난할 것"이라고 제안했다.

천 판사는 "소방로는 숲에 불이 났을 때 숲 전체를 태우지 않기 위해 또 불이 났을 때 발리 진화하기 위해 나무를 심지 않는 부분"이라며 "청소년회복센터가 비행청소년들의 비행을 예방하는 소방로 역할을 감당할 수 있다"고 강조했다.

'청소년회복센터 사례집' 펴낸 창원지법 천종호 판사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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